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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고속철 운영권 다툼

조선일보 / 2.18일자 지난 15일 오전 호남선에서 끔찍한 철도사고가 빚어졌다. 10년 전 김영삼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일어나 78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한 구포역 사고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이번의 경우 기관사 는 공사 사실을, 공사원들은 열차운행 사실을 몰랐다니 정말 너무나 어이가 없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철도의 특수성, 그리고 구성원들의 상호 업무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중요 성을 새삼 일깨운 사고인 셈이다. 이런 마당에 내년 4월로 예정된 고속철도의 개통을 앞두고 최근 정부와 철도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고속철도와 기존 철도 분리 운영의견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운영을 철도청이 맡건, 혹은 고속철도건설공단이 맡건 관계없이 철도는 반드시 통합 운영 돼야 한다. 이유는 아주 많다. 먼저 규모의 경제성 문제다. 철도산업은 대규모 시설과 투자·건설의 장기성 등의 특성을 가진 대표 적인 규모의 경제산업이다. 그런데 우리 철도망은 다 합쳐야 불과 3300㎞이다. 프랑스·독일·미국 ·일본의 수십분의 1 수준이다. 북한 철도도 우리의 2배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200㎞남짓하고, 그 나마 아직 건설 중인 고속철을 분리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통합은 하나의 운영자가 같은 역 사에서 같은 설비를 이용함을 말한다. 분리하면 직원·설비 등 모든 면에서 비용과 투자의 중복을 피하기 어렵다. 분리 운영은 고속철도와 기존철도 모두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다. 고속철도가 운영면에서 기존철도보 다 절대 유리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기존철도도 운행 빈도나 서 비스 향상을 통해 고속철과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곧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결 국 철도 전체의 경영부실화와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철도를 분리해 운영하면 안전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고속철도 건설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다보니 2010 년 이후에도 전체 구간의 46%를 기존선에서 달려야 한다. 운영 주체의 분리는 운행스케줄 등의 조정 에서 갈등과 책임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고속철도의 안전성은 세계적으로 입증된 편이다. 하지 만 기존선 진입 구간에서 사고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실정임을 주목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봐도 분리 운영은 불리하다. 고속철도의 편리함은 기존철도 서비스와의 연계 없이는 확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고속철도와 기존철도의 운영을 분리한 사례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인 국민을 향한 종합서비스에 있다. 환승 횟수와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이 생명인 데, 분리 운영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 거의 40년 전 고속철(신칸센)을 개통시킨 일본을 보자. 동일본철도회사의 경우 수송 실적에선 고속 철의 비중이 27%에 불과하고, 기존철도의 비중이 여전히 훨씬 높다. 다만 고속철도는 고부가가치상품으로서 전체 수익성에 대한 공헌도가 높다. 고속철도와 기존철도가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면서 철도 수익도 향상시키는 ‘상품믹스’의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 다. 요즘의 고속철도 운영권에 대한 논란은 고속철 건설이 애초 계획과 달리 단계별로 전환되면서 고속 철도건설공단을 예정대로 해체할 수 없기 때문에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고속철도는 건설비만 무려 18조원에 이르고 있다. 건설 과정에서 부실공사로 국민적 실망과 불안을 안겼던 점도 인정해야 한 다. 그런 만큼 안전하고 편리한 운행만은 다른 어떤 이유에 의해서도 희생되어선 안된다. 소모적 논 의는 종식시키고 차질없는 개통을 위해 철도인 모두가 총력을 기울일 시점이다. (崔然惠/한국철도대 교수·운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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