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고속철도 서울-대전구간 12월 개통
(조선일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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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직원들] “2003 교통혁명 우리가 해낸다” (2002.12.31)
▲사진설명 : ‘꿈을 이루는 열차 ’고속철이 첫 자태를 선보일 대망의 2003년을 준비하는 한국고
속철도건설공단 직원들이 31일 고양차량시험정비사무소에 모여 희망에 찬 새해를 약속하고 있다.
/高揚=김창종기자
오인택(吳仁澤·43)씨에게 2003년 계미년(癸未年)은 ‘꿈★이 이루어지는 해’이다. 오씨 등 한국고
속철도건설공단 직원들은 오래 전부터 그 꿈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
오는 12월 오랜 산고(産苦) 끝에 ‘레일 위의 비행기’로 불리는 고속철도가 서울~대전 구간 운행
을 시작한다. 1992년 6월 착공해 11년6개월 만이다. 최고 시속 300㎞, 평균 시속 220㎞. 1초에 100m
를 날듯 질주하며 서울에서 대전을 47분 만에 주파하는 혁명적인 교통수단을 국민들 앞에 선보인
다.
“10년 전 역사의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싶어 뛰어들었습니다. 그때 상사가 말리더군요. ‘고속철
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면서….” 대기업 연구소의 철도 전문가로 있다가 고속철도공단으로 옮겨
시험가동팀장을 맡고 있는 오씨는 작년 여름부터 주말마다 평촌 아파트에서 두 아들과 함께 남서울
역(광명역)까지 ‘자전거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
“아버지가 새 역사를 쓰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서죠. 거대한 구조물이
하나 둘 올라가는 광경을 보는 아이들 눈이 반짝일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고속철은 올 연말 서울~대전 운행에 이어 내년 4월 국토 남단의 양쪽 끝 부산과 목포까지 돌파한
다. 부산까지 1시간56분. 지하철처럼 10~15분 간격으로 다니는 고속철을 잡아타면 전국이 진정한 1
일 생활권에 들어서는 셈이다. 현재 92%에 육박한 전체 공정은 상반기 중 마무리된다. 9월부터는 서
울~대전간 159㎞ 구간에서 종합 시운전을 하게 된다.
이종룡(李鍾龍·55) 고양차량시험정비사무소장은 “그동안 겪은 속앓이를 책으로 쓰면 두꺼운 책
한 권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운현(金雲顯·43) 레일제작팀장은 “96년 곳곳에서 부실 시공이 드
러나 재공사에 들어가고 완공도 연기했을 때는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
고속철의 발상은 전두환 대통령, 실제 계획은 노태우 대통령, 착공은 김영삼 대통령 때 이뤄졌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을 거쳐 다시 다음 정권에서 결실을 보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당초 5조원에서 출발, 20조원까지 불어난 공사비 때문에 ‘단군 이래 최대 낭비’,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기관사 김형룡(金炯龍·37)씨는 “친지들로부터 ‘무사하느
냐’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이젠 이 아픈 기억들이 추억으로 바뀌고 있다. 대망의 첫 운행을 위한 준비는 거의 끝났고, 마무리
점검이 한창이다. 99년 이후 3년간 시험 운행을 거듭하며 차량·선로·전력·신호통신·정비 등 각
분야에 걸쳐 180여 가지의 복잡한 테스트를 마쳤다. 7월 광명, 천안역이 문을 열고, 10월 용산역이
완공된다.
총 20량(동력차 2량 및 객차 18량)에 길이 388m, 대당 500억원에 이르는 파란색 꿈의 열차, 달리는
열차 안에서도 커피잔이 흔들리지 않는 환상의 열차가 절경(絶景)의 국토 산야(山野)를 가르며 달리
는 순간이 성큼 다가왔다.
(李衛 기자)